곽호순병원 웹진34호

번아웃 증후군 - 직무 스트레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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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원장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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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집에 가다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어.’

 

혹시 여러분은 이런 끔찍한 생각을 잠시라도 한 적이 있습니까? 매일매일 에너지를 바닥까지 소진시키고 '도망가고 싶다, 이번 생은 망했어'를 외치게 하는 직장 스트레스는 현대인에게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2019527,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번아웃 증후군(이하 번아웃)'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개념화한 증후군'으로 정의하면서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했습니다. WHO는 번아웃의 특징으로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을 제시했습니다.

 

우울증의 전 단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심리적, 육체적 탈진 상태인 번아웃은 1974년 독일 태생의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헤르베르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하여, 중독 치료자들에게서 관찰되는 일련의 증상들을 기술하기 위해 해당 용어를 도입했습니다. 도박, 마약, 음주 등의 만성적인 중독 환자군의 치료는 매우 버거우면서도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힘든데, 신념을 가지고 열성을 다하던 치료자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는 환자들을 보며 점차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접했던 것입니다.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감정노동자'의 연구에서 주로 인용이 시작된 점으로도 알 수 있듯이 육체 노동 보다는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적 특성이 번아웃에 취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요즈음은 좀 더 광범위하게 모든 직종에서 직업적 과부담 상황에 따른 소진상태일 때 번아웃으로 지칭합니다.

 

번아웃이 나타나기 쉬운 개인적 특성은 일에 있어서 경계를 잘 설정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거나 스위치 오프가 잘 안 되는 분들입니다. 이들은 퇴근 후에도 일을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시간이나 취미활동 중에도 오롯이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특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거나, 정신노동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은 에너지, 시간들을 상대방에게 빼앗기면서 소진이 오기도 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고립된 생활, 육아 및 가사 노동의 증가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기도 합니다.

직업에 대한 불만족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직업적 성취보다 책임이 과하게 느껴지고 일로 인해 비난받거나 배신감을 느낄 때 특히 번아웃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자기학대적 완벽주의가 있는 분들은 자기 자신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 그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과하게 채찍질 하거나 직장상사, 사회적 욕구로 인한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남과의 과도한 비교를 통해서도 심리적 소진을 쉽게 경험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 글에 공감하시지만 진료실까지 오기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두가지 정도 제안해봅니다.

 

먼저, 무엇보다도 직장 스트레스와 분리된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저녁까지 이어지면 수면 장해, 기분 증상 등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적절한 전환 스위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환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에서 이슈인 습관 설계와도 같은 맥락으로,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긴장하고 마침 종이 울리면 쉬는 태세로 전환하듯이 특정 행동을 통해 전환을 꾀하는 방법입니다. 그 특정 행동으로 짧은 글, 일기를 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일기, 잠들기 전 하루를 세줄로 압축하여 표현해보는 세줄일기입니다. 첫째 줄은 하루 중 있었던 일 중 가장 부정적인 일, 둘째 줄은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일, 셋째 줄은 내일의 계획 한가지로 구성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되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비밀들을 기록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일기를 쓰는 행동이 하나의 환기 및 전환 활동이 되도록 반복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일기를 통해 인지적 오류의 교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내게 일어나는 일들 중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을 분류하고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작업을 시도함으로써 상황을 조금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마음의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해 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 특정 일이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그로 인한 자기 마음이 어떤지 묻고 대답하며 공감과 감정교류를 통해 서로를 다독여 주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내게 의미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서로의 마음과 존재에 주목하는 시간을 통해 회복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번아웃된 마음 상태가 회복이 잘 안되거나,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경우 혹은 우울하고 불안감이 심하게 느껴지면 언제든지 전문가와 상의하여 현재 본인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함께 치료계획을 잡을 수 있습니다.

 

 

참고 및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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